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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21회 항일역사문제 한·중 국제학술회의 성료
제21회 항일역사문제 한·중 국제학술회의 성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9-12
조회
273

 

옷도 잘 해주고 밥도 잘 먹여주고 공부도 시켜준다거짓말

한국 국사편찬위원회중국 흑룡강성사회과학원 공동개최

21항일역사문제 한·중 국제학술회의

일제의 아시아 침략전쟁과 민중의 피해 성료

 

- 93()~4() 부산 해운대에서

 

1943년 봄 어느 날, 충주의 열두 살(1932년생) 소녀 양종희는 기분이 좋았다. 마을에 온 일본 사람이 자기와 같이 가면 일본으로 가서 옷도 잘 해주고 밥도 잘 먹여주고 공부도 시켜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너무 기뻐서 껑충껑충 뛰기도 했다.

가 도착한 곳은 방적공장이었다. 방적공장에서는 기계가 멈춰서는 안되기 때문에 밤낮없이 노동이 계속됐다.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어김없이 폭력이 가해졌다. 밥을 굶는 것은 예사였다. 힘든 공장 생활을 노래로 만들어 불렀는데, 그 노래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인천공장 기계야 돌지를 마라 / 어린 가슴 타는 줄을 왜 몰라주나

철모르는 기계는 고장만 나고 / 빽빽한 기깐 아가씨는 눈깔만 흘기고

우리 집에 가고 싶은 맘은 야마야마* 있는데 / 선생님 허락 없어 못 가겠네

*‘山山을 일본어로 읽은 것으로, 산처럼 크다는 의미로 보인다

양종희는 해방이 되고서야 공장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인천의 동양방적에서 일했다는 것을 알았다. 충주 밖을 나가본 적이 없어서 인천이 일본인지 한국인지도 몰랐던 그는 자기가 있는 곳이 일본인줄 알았다. 공장 밖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었기 때문에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집으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동양방적은 1914년에 창립된 일본의 회사로, 1934년 조선에 진출해 인천공장을 운영했다. 취업 사기에 의해 공장으로 온 양종희는 해방되는 순간까지 가혹한 노동과 구타에 시달렸다. 임금은 체불되었고, 음식은 양과 질 모두 형편없었다. 심지어 해방 이후에도 철저히 방치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모든 과정이 당시 강제동원의 실태를 보여준다.

태평양전쟁기 강제동원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양종희의 경험은 비단 한 개인의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이 글을 발표한 이상의 교수(인천대)는 이러한 비인도적인 아동노동공장법이 적용되지 않았고 유년노동자가 많았던 1930년대 조선의 노동현실에, 전시하의 총동원 상황이 중첩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이상의 교수의 글은 지난 주 성료된 21회 항일역사문제 한·중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되었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허동현)중국 흑룡강성 사회과학원이 지난 2001년부터 공동으로 개최하여 올해로 제21회를 맞은 항일역사문제 한·중 국제학술회의가 부산에서 성료되었다. 이번 학술회의는 일제의 아시아 침략전쟁과 민중의 피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이 학술회의는 일제의 아시아 침략전쟁에 맞선 항일운동이라는 공통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를 모색하고 한국과 중국 간의 학술 교류를 활발히 하기 위해 2001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2020~2022년은 코로나로 미개최)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연구자들이 총 10개의 주제로 발표를 했다. 청일전쟁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역에서 이뤄진 일본의 전쟁범죄와 강제동원 피해를 폭넓게 다뤘다.

 

이번 학술회의의 발표자 및 발표 주제는 다음과 같다.

쑨원정(흑룡강성사회과학원) - 국제연맹의 중·일분쟁 중재 실패의 원인, 피해 및 영향

조재곤(서강대) - 청일·러일전쟁기 일제의 침탈과 민중의 피해

왕징룽(흑룡강성사회과학원) - 괴뢰 만주국 시기 헤이룽장지구 일본군 군사 요새 분석

장세윤(성균관대) - 일본군의 간도참변자행과 민중의 피해

류루(일본군제731부대범죄전시관) - 일본의 세균전과 중국의 피해 연구

리첸(지린대) - 일본의 압록강 유역 삼림자원 초기 조사와 수탈

이송순(고려대) - 아태전쟁기 일제의 조선 내 물자 수탈과 민중의 피해

쑨위(하얼빈사범대) - 근대 이래 일본의 중국 둥베이 구리[] 자원 조사와 수탈

조건(동국대) - 아태전쟁기 조선군의 아시아 침략과 군인동원 피해

이상의(인천대) - 아태전쟁기 일제의 강제동원 피해실태 : 동양방적 노무자의 구술자료를 중심으로

국사편찬위원회 허동현 위원장은 이번 한중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 전쟁으로 동아시아 각국의 민중들이 겪은 처참한 피해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확인된 추가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심도 깊은 연구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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